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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맛은 역시 장맛
장 담그기 좋은 날

 

 

 

시골집 장독 근처 가까이 가면 값비싸고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장독들은 주인의 정성을 말해주듯 먼지 하나 없이 반들반들 닦여 있다. 무려 한두 개가 아닌 장독대가 넓은 마당 한 켠을 채운 집도 더러 있을 것이다. 많고 많은 장독대들 사이에서 표지 하나 없이 장독대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주인만의 일종의 식별 카드도 있다.

 

 

장독에서 익어가는 식품, 요즘 세대들이 말하는 된장은?

 

 

 

한 때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익명의 공간에서 특정 여성들을 비난할 때 주로 쓰였던 단어이다. 된장녀는 고가의 명품으로 치장하지만, ‘똥과 된장’ 조차 구분 못하는 한심하고 어리석은 여성, 된장을 발라주고 싶을 만큼 꼴불견인 여성이란 뜻으로 비유되었다.

 

그토록 볼품없는 질감이나 발효를 통한 쿰쿰한 냄새 탓에 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 내놓기에는 조심스러운 음식으로 독특한 된장의 맛을 아는 외국인이 된장을 먹을 줄 안다는 것은 ‘한국인이 다 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인의 정체성 혹은 문화적인 뿌리에 해당하는 음식이다. 그렇게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지혜로운 토속음식이 오히려 각광을 받고 있다.

북미와 유럽 출신 쉐프들이 된장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전통 장류들의 독특한 미감과 영양학적인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소스 개발에 활용하면서, 요즘 들어서는 전 세계인이 함께 음미하는 소스, 양념으로 활용하고 있다. 

 

된장녀라는 별명이 더 이상 경멸의 뜻이 아니라 구수하고 소박하며 지혜로운 존재로 변신을 꾀하는 심미안의 소유자란 뜻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소망하고 되돌아볼 기회이다.

 

 

정월그믐 장 담그는 날 

보통은 입동 전후로 장을 담근다. 물론 지역마다 담그는 시기가 제 각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음력 1월에서 3월 삼짇날 사이에 장을 담근 것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그 뿐 아니라 아무 날에나 장을 담그는 것이 아니라 12간지 중 범, 말, 소 등 털 달린 짐승 날에만 담그는 것이 좋다고 전해져 왔다. 주로 말날이라 하여 12지간의 마(馬)이 있는 날 장을 담궜다. 말을 뜻하는 우(牛)자가 있는 날로 말은 기(氣)가 왕성함을 뜻하는 동물이다. 말의 실용성을 중시하던 옛날에는 무병과 건강을 의미한데서 말날을 중시했다. 아직도 말날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말의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것으로 무성하고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날에 잠을 담그었다.

 

된장은 입동 전후로 메주를 쑤고, 추위가 가시기 전 이른 봄에 담가야 장맛이 우수하다.
그 이유는 추운 날씨로 소금의 양을 적게 하여 담궈도 장이 상하지 않고, 발효식품의 경우 저온에서 오랫동안 숙성시킬수록 맛이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소금의 양은 많이 잡아야 하고, 숙성도 빨라지는 만큼 장을 가르는 시간도 빨라지게 된다. 시간이 앞 당겨지면 깊은 맛이 덜하고, 더워져서 장을 가르게 되면 파리들이 날라올 수 있어 되도록 정원이나 이월장을 담그는 것이 맛있는 장을 담글 수 있다.

 

메주콩을 수확해 메주를 쑤고 장을 담가 먹기까지는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장 담그기를 ‘1년 장 농사’라고 했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1년 장을 망치면 집 안에 우환이 있을까?’이다.
옛날의 어른들은 장맛이 좋아야 일 년 내내 집안에 우환이 없고 일이 잘 풀린다고 했다. 장맛이 변하면 그 집안에 우환이 생기거나 재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장 하나에 일 년 동안 행운과 불행을 장맛으로 미리 점쳐 보았다고 한다.

 

 

 

 


소독이 필요한 항아리, 장독관리

장독관리는 반드시 행주를 꼭 짜서 주변을 닦아내는 방법으로 청소해야 하는데, 물기가 들어가 장맛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장을 담근 후 사흘쯤은 장독 뚜껑을 덮어두었다가, 햇볕이 좋은 날 아침에 뚜껑을 열어 하루종일 볕을 쬐고 저녁에 덮는데, 항아리 주둥이에 망사를 씌워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주의한다. 망사 위에 소금을 한 줌 올려놓는 것도 벌레를 방지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볕을 쬐어 숙성시키는 기간은 보통 30∼50일 정도이다. 좀더 진한 간장을 얻기 위해 백일이 지난 후에 장을 뜨기도 하는데, 대개 40일 정도만 지나면 간장의 맛과 향취가 충분히 우러난다. 또 장독을 편편한 장소에 놓아, 기울어짐으로 해서 물이 빈 편에 백태가 끼는 것은 막아줌이 좋다. 특히 곰팡이가 피기 쉬운 여름철의 장 관리는, 장 위에 떠있는 곰팡이는 걷어내고 소금을 넣고 팔팔 끓인다. 달인 간장을 장독에 다시 부을 때는 먼저 장독을 소주로 헹궈 살균한 다음 햇볕에 바싹 말려 사용한다.

 

장독에 벌레가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항아리 입에 망사를 덮고 고무줄이나 끈으로 묶어 둔다. 망사 덮개의 한가운데 굵은 소금을 한 줌 올려놓으면 벌레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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