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의 작은 잔치
새참
허리 펼 시간도 없이 일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 쉽지 않은 것이 농사일이다. 이렇다 보니 옆에 논, 앞에 논 일하는 사람들과 논두렁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잔치가 이루어 지는 것이 새참 시간일까 싶다. 막걸리 한 사발 마시며 힘든 노동의 피로를 달래고 그 다음의 일과를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새참을 즐기곤 했다.
머리 위에 이고 들밥 내가는 아낙네
[그림출처: 들밥, 김흥도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농사일이라는 것이 해가 뜨기 전 혹은 해가 뜨면 농기구를 챙겨 나와 허리를 굽혀 일하다가 뙤약볕 아래 허리를 펴볼 때쯤 되면 어느새 정오이다. 남자들이 들이나 밭에 나가 김을 매고 있으면, 집 안에 남아 있는 아낙네들은 부엌에서 분주하다. 바로 들밥 준비 때문이다. 밖의 남자들은 고된 농사일을 하면서 머리 위에 들밥을 들고 오는 아낙네를 기다릴 것이다. 농부의 손끝에서 나오는 농사일의 강도는 어마어마하다. 체력이 바닥에 닿을 때쯤 다시 활력의 강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들밥이고 새참이다.
새참은 일을 하다가 잠깐 쉬면서 먹는 음식으로 ‘새’는 사이의 준말 이고, ‘참’은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동안을 뜻한다. 농촌에서는 새벽에 나와 일을 하고 나서 이른 아침을 먹은 후에 다시 일을 하다가 오전 9~10시경에 새참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또 오후 3~4시경에도 새참으로 음식을 먹었다. 이처럼 사이에 먹는다고 해서 새참(샛밥)이라 한 것이다. 요즘은 줄여서 ‘참’이라고도 한다
아낙네 대신 전화 한 통
굽은 허리 펼치고 묻은 흙 툭툭 털어내며 들밥이 차려진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주변에 그늘이 있으면 자리를 잡고, 그나마 그늘조차 없으면 그냥 태양 볕 아래서 여러 사람이 흙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흙 묻은 손 쓱쓱 문지르며 밥그릇을 하나씩 챙겨 든다. 음식을 만들며 흘린 안 주인댁의 땀에 비례하여 푸짐한 밥상이다. 여기에 노란색 주전자에서 따라 마시는 막걸리 한잔까지 곁들인다. 이 모습이 옛날 들판에서 먹던 새참이다.
새참의 메뉴도 많이 바뀐듯하다. 두툼한 장떡에 텁텁한 막걸리가 대부분이던 새참 메뉴가 소주와 매콤한 찌개로 바뀌었다. 막걸리 가득한 노란색 주전자 대신 커피가 들어있는 포트와 음료수 병이 새참 자리를 마련하는 듯하다. 요즈음은 김밥과 자장면, 짬뽕은 물론 치킨, 피자 등을 새참으로 들녘에서 시켜 먹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새참 문화의 흐름이 바뀐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들녘이 기계화가 됐다고는 하지만 사람의 손이 거쳐야 하는 곳에 일손이 달리기 때문이다. 또 새참의 광주리를 담당하던 아낙들도 아이들 교육이나 부족한 생활비를 더 보태고자 하는 욕심에 주변 공장에서 일을 하는 아낙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새참을 나르는 아낙을 보기 어려운 것이다.
새참으로 먹는 술, 사고 조심하기
힘든 농사일에 새참으로 마시는 술 한 두 잔의 반주는 기운을 북돋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 잔, 두 잔의 술이 경운기와 트랙터 등의 농기계 사고로 간혹 큰 부상으로 인한 인명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민안전처 통계(2015년 기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농기계로 인한 사고가 연 평균 1499건, 이로 인한 1481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했는데 농기계 사고의 85%가 4∼10월 사이 농번기에 집중되고 특히 오후 1시부터 6시 사이 발생한 농기계 사고의 3분의 2 이상이 점심때 곁들인 음주가 주요 원인이다.
특히 야간에 도로를 운행하는 농기계는 교통사고에 취약하므로 반드시 뒷면에 등화장치를 부착하고, 짐을 싣는 경우 가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농촌 어르신들은 자신의 나이와 몸을 고려하지 않고 평상 시 자주 다루는 농기계라고 하여 안전을 무시한 채 작업을 하거나 음주 후 농기계를 타고 다니는 경우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밤에 음주를 하고 대리운전이나 혹은 가지고 온 차를 두고 집에 귀가하는 것처럼 농촌에서도 음주 후 농기계를 타고 다니거나 안전을 무시한 채 작업을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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