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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한기에 떠나는 여행

[소읍기행] 낯선 도시로의 추억여행


 

바야흐로 겨울이다. 매운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몸도 마음도 웅크리게 되는 모진계절이다. 하지만 겨울은 절대 그렇게 덧없이 흘려버릴 헛된 계절이 아니다. 차분하게 한 해를 되돌아보고 내 년 농사를 위해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농한기는 겨울휴가와 같다. 수고한 마을 주민들이 함께 걷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서로에게 말 못했던 섭섭했던 마음들이 어느 새 눈 녹듯이 사르르 사라진다. 통계청의 “2014 고령자통계(2014.9)”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앞으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여가시간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여행(50.0%)’이었고, 다음은 ‘사교 관련일(29.4%)’, ‘TV 및 DVD 시청(24.1%)’ 등의 순으로 분석되었다.

그렇다. 이 소중한 겨울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그 중에서도 소읍기행은 지방도시를 찾아가 그 도시의 역사와 삶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여행이다. 도시 속 ‘풍경’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다. 작은 길, 질박한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는 이야기로 완성한 넉넉한 소읍기행, 지금 함께 떠나보자.

 

 

대구 소읍기행

  

 

이 길은 근대문화의 발자취를 주제로 한 길이다. 비교적 짧은 코스라서 걷기에도 무리가 없으며 볼거리가 많아서 가장 핵심이 되는 코스이다. 1900년대를 전 후로 역사와 문화가 뒤섞인 곳이라 대도시의 급변하는 모습과 오래된 우리의 과거를 만나는 시간이 된다.

대구 하면 사과가 떠오르는데, 이곳으로 기독교 전파와 함께 사과나무가 들어오게 된 것도 알게 된다. 남성로를 따라 걸으면 대구약령시의 명성을 느낄 수 있는 한약방골목을 만난다. 몇 백 년 동안 이 골목에 스민 한약재냄새는 맡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이상화시인의 고택은 2001년 오래된 고택이 도로로 변할 위기에 처하자 고택보존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이 일어났다. 대구 시민의 힘으로 이상화시인의 고택은 빼앗긴 들의 봄을 염원했던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이 골목을 돌아 큰 길로 나오면 바로 1901년 지어진 계산성당이 나온다. 맞은편 제일교회가 서있는 언덕은 제중원(당시 동산의료원)이 있던 곳이다. 이 언덕으로 이어지는 90계단길이 바로 ‘3.1운동길’이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작곡가 박태준의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언덕에는 미국 선교사들의 주택이 3채 남아 있는데 현재는 모두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군산 소읍기행


 

군산은 전북을 대표하는 항구도시다. 항구 도시답게 먹거리와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군산은 아픈 역사를 품은 곳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침탈로 많은 굴곡을 겪어야 했던 도시. 군산에는 아직도 당시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근대역사박물관을 시작으로 (구)군산세관 건물, 월명공원과 해망굴, 히로쓰 가옥과 동국사 등을 천천히 돌아본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해설사 선생님의 친절한 해설도 듣고, 3층 근대생활관에서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진행된 연극까지 볼 수 있다. 아담하면서도 예쁜 붉은 벽돌집인 군산세관과 당시 거상이었던 히로쓰라는 일본인이 살던 히로쓰 가옥, 그리고 마치 일본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도 인상적이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기차가 다니지 않아 폐선이 되었지만, 오래된 민가가 철길 양쪽으로 바싹 붙어 있는 풍경이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 장소인 초원사진관은 촬영이 끝난 뒤 주인과의 약속대로 철거 되었다가, 이후 군산시에서 관광객들이 관람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복원한 것 이다.

또한 문화재청이 근대역사문화거리로 지정한 구불 6-1길을 걷다 보면 눈에 익은 건물이나 거리가 자주 나타난다. 파란 대문과 붉은 담장이 인상적인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영화 ‘타짜’와 ‘장군의 아들’에 나온 집이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와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의 배경지가 밀집되어 있는 군산의 원도심은 가까운 곳에 역사적의 숨결과 문학이 베어있는 곳으로 우리 한민족의 아픔과 항쟁을 배우고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곳이다.

  

 

 

통영 소읍기행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도시를 꼽으라고 하면 통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강구안의 이색적인 풍경, 그 너머 언덕 위의 동피랑마을, 남망산에서 내려다보는 통영항의 풍경이 모든 풍경들이 통영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꼽히게 한다.

삶의 패턴이 바뀌듯이, 여행의 패턴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역사적 인물의 삶을 엿보기 위한 여행에 맞게 통영에는 많은 예술인, 장인이 배출된 곳이다. 음악가 윤이상, 시인 유치환, 김상옥, 김춘수, 극작가 유치진, 소설가 박경리, 화가 전혁림 등 이루 열거하기도 숨이 막힐 정도로 많다. 먼저 시인 유치환 선생의 흔적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생가를 원래 터에 복원을 해야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 정량동에 청마문학관을 지으면서 전시관과 생가를 복원하였다.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 통영출신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년 3월이면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윤이상 선생의 친구 또는 제자들이 통영에서 윤이상 선생의 곡을 연주한다. 세병관, 한산도 이충무공유적지, 충렬사 등 유형문화재를 비롯하여 두석장, 소목장 등 12공방과 승전무, 통영오광대, 남해안별신굿 등 무형문화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 또한 통영이다. 차를 버리고 정겨운 골목길을 따라 돌다보면 찬란했던 300여 년의 통제영 유적지가 곳곳에 남아 있는가 하면, 유명예술인들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과 창작혼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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