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우울해 ...
어린이 우울의 벽
초등학생 딸을 둔 주부는 요 며칠 사이에 밥 때가 되어도 밥을 도통 먹으려고 하지 않아 마음 고생을 했다. 한 눈에 보아도 기운이 없어 보이고 대화를 시도하려 해도 귀찮아하기만 하고 방에만 틀어박혀 혼자 지냈다. 곧 나아지려니 했지만, 보름 이상 증상이 계속되어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내 아이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소아 정신과 의료진의 말에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울의 벽에 부딪힌 어린이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우울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드물다. 흔히 슬퍼 보이거나 침통해 보이고,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또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고, 엄마나 아빠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학교를 가기 싫어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으려고 한다.
우울 장애는 슬픈 정서, 짜증과 같은 분노 정서를 위주로 하면서, 위축, 의욕 상실, 재미의 상실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어린 시절에는 성장 장애, 수면 장애 등을 많이 동반한다. 소아의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만성적으로 재발하기 쉽다. 어른에게 나타나는 우울증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가족이나 주위에서 관심을 갖지 않고 단지 아이가 내성적이라고 생각해서 야단치거나 다그치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2주 이상 이런 모습이 보일 때에는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특히 아동기에 우울증을 경험한 경우에는 재발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고, 10~20% 가량에서는 조울증이 나타난다. 그리고 청소년 시기에 품행 장애나 인격 장애, 술이나 약물 오남용 등이 나타날 위험도 높다.
가족 내에서도 전달될 수 있는 우울증
어린이 우울증의 경우 부모가 우울증의 시발점이 되는 수가 많다. 모든 일에 아이를 심하게 통제하려는 부모, 아이에게 절대 순종을 강요하는 부모, 양육방법에 일관성이 없는 부모, 아이에게 무관심한 부모, 주정뱅이 부모, 아이를 무시하고 심하게 욕을 하며 꾸짖는 부모, 아이에게 화를 잘 내고 충동적이며 걸핏하면 폭력을 행사하며 학대하는 부모, 자주 다투거나 때리는 부모의 자녀는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러한 환경에 놓인 어린이들은 문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능동적으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습관적인 무력감에 빠져 부정적이고 희망이 없으며 패배감에 사로잡혀 우울한 감정들을 강화시켜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울증은 가족 내에서도 전달될 수 있다. 아빠나 엄마가 우울증을 앓고 있을 경우 아이에게 전달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유전적인 요인과 함께 부모가 질병으로 인해 아이의 욕구에 덜 반응하게 됨으로써 생길 수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우울증이 있으면 아이가 18세 이전에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2배, 부모 두 명이 모두 우울증이 있으면 4배가 된다. 부모님의 우울증은 곧 그들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느라 아이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결과로 이어져 아이들에게는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태도, 핵심을 벗어난 언급, 사소한 일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나치게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부모님이 먼저! 자주! 웃어주자
우울증은 필요한 것이 충족 되지 못할 때 신체에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어린이 우울증이라면 맞벌이 가정의 자녀에게 많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엄마가 취업주부냐, 전업주부냐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가 얼마나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느냐에 좌우된다.
부모님이 회사 혹은 집안 일로 힘들어 ‘아빠(혹은 엄마)한테 가…’, ‘피곤해, 나중에…’ 핑계 등을 둘러대 아이를 내돌린다면 아이는 불편하고 속상한 마음이 이어지면서 우울증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기도 하다. 억지 웃음이 아닌 부모가 아이를 볼 때 아이를 향한 기분 좋은 웃음은 아이도 곧잘 알아챈다.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반갑고, 함께 놀아주고 , 등을 토닥토닥 거리며 다독여 주었을 때 아이도 편안해진다.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괜찮아?” “어려운 일은 없니?” “도와줄 일은 없을까?” “요즘 기분이 어때?” 등의 말로 자주 관심을 가져주고 상태를 물으며 아이가 자신의 일상생활이나 문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유전적으로 우울증에 취약한 아이일지라도 부모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 중 좋은 일과 긍정적인 일을 생각하게 만드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으로 아이가 우울증에 빠지지 않게 막아주는 것은 물론 인생의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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