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무스름하지만 당당하게
지루각화증
매서운 한파가 지나고 어느덧 두꺼운 외투를 한겹 두겹 벗어, 이제는 얇은 반팔 블라우스를 걸쳐야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있는데, 왜 나만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는지… 거무스름한 속살을 드러내기 두려워하는 것은 부끄러움 때문만이 아니다.
지루각화증, 생(生)이 다할 때 얼굴에 피는 꽃?
[이미지출처: 대한피부과학회]
생(生)이 다할 때가 되면 생겨난다고 해서 저승꽃(검버섯)이라고 불리는 지루각화증은 대부분 노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루각화증은 표피 각질형성세포로 두피, 얼굴, 목, 몸통 등에 생기는 사마귀모양의 피부양성종양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진해지고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딱지가 덮이기도 한다.
유전적인 소인 이외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얼굴과 손등에 주로 호발되는 것으로 보아 햇빛의 노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 면역이 떨어져 피부의 방어력이 저하되면 피부층이 파괴되고 멜라닌 색소가 침착, 변형되어 지루각화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런 현상들을 볼 때 장기간 햇빛에 노출되었거나 가족력이 있는 똑같은 환경에 있다 하더라도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있는 노인에게 주로 더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바꿔 생각해 본다면 노인에게 주로 발생하고 있는 질병이라 할지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야외에서 주로 작업하고 활동하는 사람은 그보다 어린 연령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나이 더 들어 보이게 하는 지루각화증

나이가 들면 점점 늘어지는 피부와 색소 침착으로 인한 거뭇거뭇한 점, 기미, 주근깨 등 변화되는 피부에 예민해진다. 남성보다는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여성에게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깊어가는 고민은 더 두드러진다. 과거에 비해 화장이 점점 짙어지고 옷차림이 화려해지는 것도 이러한 고민을 감추려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멜라닌 색소의 변형이라 대부분 거무스름한 색으로 모두 비슷하게 보이지만 그 크기도 종류에 따라 달라 구분이 가능하다. 물론, 구분이 모호한 경우에는 전문적인 진단검사가 필요하다.
지루각화증은 손 · 발바닥에는 생기지 않고 얼굴, 목, 팔, 손 등에 주로 검정 혹은 갈색의 가피형태로 수 백 개 이상 생길 수 있다. 표면이 기름지고, 편평하거나 융기될 수 있으며, 경계가 매끄럽고 2cm 정도 까지 커질 수 있다. 가려움증은 간혹 있을 수 있으나 통증도 없고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외모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없다면 치료 없이 그대로 두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비슷하게 보이지만 흑색종이나 피부암과 같은 무시무시한 암종과는 구분해야 한다. 색깔이 유난히 까맣거나 모양이 균일하지 않고 비특이적이며, 돌출부위에 통증 또는 출혈 등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갑자기 그 수가 증가한 경우, 신체 내부의 암이 동반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도 즉시, 건강검진을 받아보아야 한다.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돌출된 반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색깔, 두께, 조직학적 차이에 의해 냉동치료, 외과적 절제술, 레이저 시술 등의 치료방법이 결정될 수 있으나 대부분 레이저 시술로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피부의 면역을 높여준다는 비타민, 항산화제 등 그럴싸한 명목을 만들어 고가의 제품으로 둔갑해 연약한 심리를 이용한 상술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안타깝게도 지루각화증은 한번 발생하면 자연치유가 쉽지 않다. 그러니 더 이상 이러한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루각화증, 태양을 피하는 방법

지루각화증의 발생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외선의 노출을 피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면역이 떨어지면 발생하기 쉬운 질병인데,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비타민D 합성을 위해서는 적당한 햇빛의 노출이 필요하다. 혼란스럽겠지만 두 가지 모두 맞는 말이다. 이를 모두 만족하기 위해 자외선이 강한 오전10시~ 4시간대에는 외출을 삼가 하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자외선 차단제로 피부를 보호하도록 해야 한다. 작업으로 인해 하루 종일 야외활동을 해야 한다면 가능한 신체의 노출을 피할 수 있도록 모자, 긴 팔, 긴 바지를 착용하도록 한다.
평균 수명도 길어지고 있는 만큼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노화의 자연스러운 피부의 변화로 위축되지 말고 당당한 노년을 즐기도록 하자. 평균 수명도 길어지고 있는 만큼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외모 때문에 수동적으로 지내왔다면 이젠 나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하고 부지런히 관리하여 피부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당당한 삶을 유지해보도록 하자.

45
공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