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겨라
S라인을 위한 코르셋
여전히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장 흥분되어 나오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외모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면 지금 보다 훨씬 나음 몸매를 가질 수 있는지, 어떤 다이어트가 성공률이 높은지, 어떤 운동이 몸매 만들기에 훨씬 좋은지 등등이다. 이런 몸에 관한 관심은 여자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여자들에게 있어서 더 철저하게 강요되고 있다.
지성보다 생존을 위한 아름다운 옷과 외모 가꾸기

[출처: Portrait of Marquise de Pompadour, 1759]
여자들 사이에서 일단 주목을 받는 승자는 누구일까? 사람마다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오랜 시간 걸쳐 인정을 받는 능력을 뒤로 하고 외모가 가장 먼저일지도 모른다. 뛰어난 미모로 권력자의 눈에 들어 세상을 움켜쥔 여자가 프랑스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드르 후작부인으로 패션 아이콘 마담 중의 하나이다. 진주처럼 매끈한 피부와 반짝거리는 청록색의 눈동자, 적당한 키 그리고 균형 잡힌 얼굴을 가진 퐁파드르는 최고 중의 최고였다. 늘 사랑을 받지 못할까봐 두려움에 휩싸여 항상 미모를 가꾸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화려하게 수 놓인 드레스 안에 항상 날렵한 허리선과 풍만한 가슴을 강조하는 코르셋을 즐겨 입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리를 조이는 코르셋, 레이스 스타킹, 볼록한 가슴을 강조하는 등의 퐁파드르 스타일은 여전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아름다움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압박, 더 조여라! ‘코르셋’

[출처: DOMESTIC MAGAZINE에'영국여자'라는 제목으로 실린 삽화- 18세기]
허리가 가늘고 토실토실한 여성이 아름답다고 생각될 때 코르셋이 유행하였던 때가 있다. 코르셋으로 조여지면 조여질수록 유한 계급의 상징으로 도덕적, 경제적 압력과 지위와 유행이 많은 여성들이 날씬함이라는 새로운 규범에 맞춰 몸을 가꾸도록 강요했던 것이다. 유럽의 사교계에선 아름다움의 기준이 온통 '개미 허리'에 쏠렸다. 르네상스와 맞물리면서 자기 표현의 욕구가 강해지고, 억압된 중세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여성의 허리 조이기에도 반영되었다.
'허리 조이기'는 단순히 예뻐 보이려는 여성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권력을 쥐고 있던 귀족 남성들과 부합하여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키고자 한 여성들의 야망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현상이었다. 코르셋에 갇힌 여성들은 품위와 아름다움을 받았지만 반면 자신의 욕망은 부정당해야 했기 때문에, 코르셋 자체만으로 여성성을 억압하는 중요한 도구였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외모관리라는 미명하에 코르셋은 지금까지도 여자들의 다이어트 심지어 거식증까지 몸에 가해지는 억압에 대한 대표적인 역사적인 상징이 되었다.
처음부터 코르셋은 단순히 허리를 축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복부를 포함해 상대적으로 가슴과 엉덩이를 크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가슴 아래 등뼈 부위를 구부리지 못하게 지탱하면서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해 결국은 한 손에 들어갈 만한 날씬한 허리를 만들어내고자 했고, 19세기 말 당시에는 여성의 몸이 33도 각도로 휘어져 있었다고 한다. 코르셋은 타이트함, 딱딱함, 불편함 등으로 특정 지어지고 있지만 부러질 듯 가늘게 조여진 여성의 허리로 인해 ‘개미허리’라는 표현이 생겨나기도 했을 만큼 여전히 여성들이 즐겨 찾는 복식 중의 한 가지이다.
획일화된 기준의 아름다움
날씬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돌 그룹을 비롯한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식단과 음식의 맛만 보고 뱉는다는 극단적인 다이어트 경험담은 그저 에피소드 일 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뚱뚱하고 못생긴 능력 없던 여성들이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통해 아름다움을 얻고 결국 성공과 행복을 얻게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사회에서 자신의 전문분야를 개척하는 여성보다는 외적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만 집중적으로 다루기만 한다.
19세기까지 허리를 조여 날씬한 몸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코르셋이 현대사회에서 다이어트라는 극한의 자기관리로 거듭나고 있다. 교과서 적인 건강을 위한 체중관리를 뒷전,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이어트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는 외모 비하로 자존감이 떨어져 있음을 고백해도 오히려 돌아오는 대답은 노골적이고 잔인할 때가 더러 있다. 날씬한 몸은 남성의, 사회의 억압적 시선을 그대로 따른 결과물일지도 모르지만 그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건강을 해치는 과도한 살 빼기나 외모지상주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10대들의 교복 광고에서도 억압적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강요하는 것이 일상화된 지금, 타인의 몸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배제시키는 주체가 ‘내’가 아닌지, 여성의 몸에 대한 나의 시선은 어떤지 되짚어보아야 할 때이다.
숨 쉴 공간 없이 쪼이기, 허리 SOS!!
코르셋도 문제가 된다. 허리모양을 날렵하게 보이게 하고 가슴을 받치는 기능을 동시에 하는 코르셋을 사용하면 복부장기들을 아래쪽으로 밀어내 하복부 팽창을 일으킨다. 결국 조여진 압력에 의해 국소적인 혈액순환문제가 생기거나 신경, 피부가 눌리게 된다. 특히 코르셋에 의해 통증을 느낄 정도라면 늑골 골절이나 변비 등이 생길 수 있다. 코르셋을 하루에 4시간 이상씩 수개월 동안 착용하면 늑골의 변형을 일으켜 흉곽형태가 변할 수 있다.
또한 코르셋의 착용은 요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유는 코르셋을 착용하면 척추전체가 하나로 고정돼 그 기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척추자체는 각각 하나 하나의 관절들의 움직임이 모여 구부리기, 펴기 등의 동작을 하게 된다. 그러나 코르셋으로 인해 이 같은 자연스런 동작들이 제약을 받게 된다. 또 코르셋을 착용하면 엉덩이를 내밀고 등을 뒤로 젖히는 자세가 되기 때문에 무릎, 종아리에 있는 근육들이 비정상적으로 수축돼 피로하고 아프게 된다.
코르셋 같은 보정 속옷은 허리를 받쳐 주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허리에 좋을 것이라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날씬해 보이기 위해 무리하게 허리를 압박할 경우, 혈액순환 장애와 늑골 변형을 일으켜 허리디스크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과도한 사용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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